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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코인제스트 신규 토큰 설문에서 타짜를 생각했다

코인제스트, 암호화폐, 거래소

지난 2019년 8월부터 자금난을 이유로 원화 출금을 막았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COZ-S(이하 코즈에스)라는 신규 토큰을 KRW 포인트와 1:1 비율로 대체 지급하겠다는 것인데요. 2월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후 5시까지 설문을 통해 KRW 포인트를 가진 대상자 중 51%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과연 코인제스트는 그들이 12일 공지사항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최초 채굴형 거래소”답게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걸까요? 혁신인가 꼼수인가 12일 코인제스트는 공지를 통해 “국내 최초 채굴형 거래소라는 아이디어로 거래소 코인을 발행하여 많은 고객 여러분께 사랑을 받고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코인제스트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실물 경제와 글로벌 거래에 사용 가능한 프로젝트성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재도약하려 합니다”라는 취지의 출사표를 냈습니다. 이야기에서 나온 것처럼 코인제스트가 국내 최초 채굴형 거래소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 코인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이번에 추진하는 신규 토큰 발행 설문도 일반인이라면 생각해내기 힘든 아이디어였을 겁니다. 특히 시장 상황이 얼어붙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말입니다. 그런데 코인제스트의 이러한 행보를 과연 혁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냥 혁신이라고 좋게 보기엔 업계 일각에서 들어오는 의심의 눈초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원화 출금 정지의 원인으로 알려진 에어드랍으로 인한 세금 37억 원 업무상 횡령·넥시빗 10억 원 대여 업무상 배임 의혹이 가장 대표적 사례 중 하나죠. 이에 앞서 2019년 5월엔 채굴 코인 시세 조작 및 15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 허위 공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의혹들이 모두 진실로 드러난다면 코인제스트의 지금 행보도 혁신이 아닌 꼼수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겠죠. 다만 사건에 대한 판결은 아직 나지 않았고, 코인제스트는 해당 의혹을 적극 해명한 바 있습니다. 하한선만 있는데 시장에 거래가 되면서 결제 수단으로 쓰인다 커뮤니티 반응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논란이 많다 보니 긍정적 견해보다는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그래도 코인제스트의 새 출발을 기원하는 일부 사용자들은 과거의 일은 잊고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현재의 일입니다. 코인제스트가 신규 토큰 코즈에스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 KRW포인트와 1:1 교환▲상장가 1원▲하한가 1원▲총 발행량 100억 개▲발행 6개월 이후부터 부분 매입▲1년 6개월 이후 전량 소각 예정▲코즈에스 마켓에서의 암호화폐 거래▲제휴사에서의 실물 결제 활용▲수수료 쿠폰 교환 외 내부 결제 하한선만 있고 상한선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이런 구조가 전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캐셔레스트가 캡 토큰에 대해 0.81의 가격 하한을 걸은 바 있습니다. 비트소닉도 BSC 토큰의 가격 하한을 수차례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로는 시장의 마비였습니다. 가격 하한가에 매도 물량만 넘쳐나고 매수 주문이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코인제스트는 프로젝트 시작부터 하한가를 설정해서 다른 토큰과는 다르다고요? 이렇게 해서 가격을 ‘지속적으로’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왜 기존 금융권은 진작에 하한선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까요. 금융권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가격제한폭 제도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일일 상하한선을 30%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주가 방어와 시장 광기를 막기 위한 나름의 조치죠. 그런데 이마저도 시장 메커니즘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폐지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격제한폭 제도로 인해 자석효과가 발생해 오히려 폭락 및 폭등을 부추긴다는 것이죠. 30% 하한선이 걸렸을 때, 20% 정도만 하락해도 될 문제가 마치 자석처럼 30%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 자석효과입니다. 일일 상하한선을 이렇게 넉넉하고 유연하게 잡았는데도 논란이 될 정도인데, 하한선 ‘고정’에 상한선‘없는’ 비정상적 메커니즘이 과연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역사상 신용도 최고를 자랑했던 금을 기반으로 한 최전성기 시절 미국의 고정환율제도도 지속가능하지 못했는데 코인제스트가 이걸 해낸다면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상한선이 없다는 건 수익성 측면을 노골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호소하는 셈이죠. 문제가 심화되는 지점은 이렇게 수익성 이야기를 하는데 코즈에스를 실물 경제에 쓰겠다는 말을 합니다. 곧, 화폐로서의 코즈에스 사용처 확대를 밝힌 것인데요. 실물 화폐로서 기능하기 위해 변동성이 작은 스테이블 코인 및 CBDC가 논의되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코즈에스의 토큰 이코노미는 의아한 지점이 많습니다. 또 코즈에스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자문단을 구한다고도 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이용자들에게 프로젝트 동의를 구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설문은 구글 폼을 통해 KRW 포인트를 보유한 인원 중 51% 이상이 동의하면 통과되는 구조로 구성돼 있는데요. 설문 기간이 2월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후 5시까지로 매우 짧은데도 불구하고, 기간 내 미참여시 동의 의사로 반영되도록 설정해놨습니다. 이런 투표 방식이 과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당장 이번 4월 총선에 투표 참여 안할 때 자동으로 1번에 체크된다고 하면 대중들 반응이 어떨까요. 무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구글 폼은 진입장벽이 낮은 설문 툴 중 하나라서 조작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거래소의 출금 정지는 죄악이다…그것도 6개월? 신뢰라는 덕목은 어딜 가도 중요하지만, 특히 돈을 다루는 거래소에선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래소의 핵심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보여줘야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겠죠. 코인제스트의 경우 가장 핵심업무라고 할 수 있는 원화 출금이 무려 6개월동안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키프로스가 디폴트를 선언했을 때보다 더 극단적인 조치입니다. 키프로스의 경우 일일 인출금을 300유로로 설정해 놓기라도 했습니다. 코인제스트가 다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이용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이와 같은 신뢰 상실 문제 때문입니다. 타짜에서 함무라비까지 이쯤되면 타짜 판이 오히려 낫지 않냐는 의견도 형성됩니다. 적어도 타짜에선 사기치면 바로 ‘손모가지’가 남아나질 않으니 룰을 준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그마저도 사기를 쳐도 안 친 것처럼 꾸미면 되지만요. 중요한 건 그만큼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생각날 정도로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종종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의 팔을 부러뜨린 자는 팔을 부러뜨리라는 함무라비 법전처럼, 코인 판에서도 암호화폐 사업자가 사기를 치면 그만큼의 금액을 그대로 배상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기원전 18세기 인물 찾는 게 웬 말 물론 현대사회에서 함무라비 식 처벌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방적 처벌에 대한 ‘정의(Justice)’문제가 역사적으로 계속 있어왔습니다. 또 소송에 얽힌 모든 당사자들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예컨대 피고인 코인제스트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이용자들의 사정도 규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타짜 생각이 안 나게 하려면 대중들이 합리적 처벌이라고 여길 수 있는 수준의 토양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그 토양이 아직까지 불분명합니다. 벌집계좌가 문제라면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을 세워야 하고, 실명인증 가상계좌만 허용할 수 있게 만든다면 후발 거래소가 절차에 따라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이용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결정이 몇 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는 과세를 위해서라도 지난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인데요. 투자자-사업자-기관의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해봅니다. 현대사회에서 기원전 18세기 인물을 이런 식으로 그리워하는 건 아무래도 난센스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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