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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저 세상 주식' 테슬라에서 비트코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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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이 세상 주식이 아니다(Tesla‘s stock is out of world).” 미국 CNN방송이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두고 한 말입니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라는 표현이 우리 말에 있는 줄 알았더니 영어에도 있네요. 어쩌면 ‘저 세상 텐션’이라는 말도 애초 영어에서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테슬라 주가가 2월 5일(현지시간) 17% 이상 급락하긴 했지만, 그 이전만 해도 저 세상 주식인 것 마냥 올랐습니다. 진작 잡았어야 했는데, 라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과연 이 주가는 지속가능한 걸까요. 6일 기준으로 마켓워치(Marketwach)에 올라온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을 보니, 의견을 낸 29곳 가운데 12곳이 팔라고 합니다. 사라는 곳은 6곳에 불과합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 주가를 놓고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 “2017년 말 비트코인을 닮았다” “월가의 새로운 카지노” 등의 저주(?)를 쏟아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슨 가격 급등 얘기만 나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파토리가 ‘닷컴버블’입니다. 그 시절 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그러는 걸까요. 2017년을 지나면서 또 다른 버블의 대명사가 된 비트코인 가격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저 세상 주식 테슬라만큼은 아니지만 1월에만 30% 오른 비트코인 가격도 거품인 걸까요. ‘테슬라 상장’을 이룬 일론 머스크 테슬라(Tesla)의 창업자가 일론 머스크(Elon Musk)로 알려져 있지만, 머스크는 창업자가 아니라 투자자입니다. 테슬라는 마틴 어버하드와 마크 다페닝이 2003년 만든 전기차 스타트업입니다. 회사 이름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활동한 물리학자이자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에서 따왔죠. 참고로 테슬라는 이른바 ‘발명왕 에디슨(Thomas Alva Edison)’에 가려져 그렇지, 업계에서는 훨씬 더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받습니다. 테슬라라는 인물이 궁금하면 베네딕트 컴버베치가 에디슨 역할을 맡았던 <커런트 워(The Current War)>(2019)라는 영화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머스크는 페이팔(PayPal)을 판 돈으로 2004년 테슬라 투자를 시작했고, 초기 창업자들이 떠난 후 회사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사업 초기 상황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돈도 없었고, 돈도 못 벌었죠. 2006년 첫 전기차 로드스터를 선보였고, 2008년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회사에 현금이 1000만 달러도 안 됐다는 말이 나왔죠. 여기에 로드스터는 비싸고 비효율적이고, 시장성이 부족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테슬라는 2008년 지분 10%를 5000만 달러에 다임러AG에 팔았습니다. 이후 정부로부터 4억500만 달러를 대출받았고요. 이 대목에서 머스크의 개인기가 나옵니다. 돈도 없고 돈도 못 벌지만, 미래 회사 가치에 대한 꿈을 팔아 2010년 나스닥에 입성했습니다. 그해 6월 주당 17달러에 상장하면서 2억26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참고로 이런 테슬라의 사례를 본떠, 우리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상장’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가 재무적 지표에만 의존하다가는 테슬라 같은 유망한 기업을 놓칠 수 있다는 거죠. 주식시장의 역할은 유망한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 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투자자도 보호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기는 하죠. 어쨌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게 거래소의 역할인데, 하필 거래소가 ‘테슬라 상장’을 앞세워 돈을 못 버는 회사도 상장을 시킨다는 첫 번째 사례가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회계조작 논란과는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2월 6일 현재 공모가(13만6000원)를 훨씬 웃도는 52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테슬라 주가를 밀어올렸다 최근에야 ‘저 세상 주식’ 같은 말을 듣지만 2010년 6월 상장 초기만 해도 테슬라는 별 볼일 없었습니다. 미래 꿈을 팔아 시장 입성에 성공은 했지만, 미국 시장도 닷컴 버블을 거쳤습니다. 꿈만 팔아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습니다.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주가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이후 테슬라는 시장에서 ‘먹힐’ 만한 전기차 판매 계획을 내놓습니다. 로드스터 생산은 중단했습니다. 대신 로드스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의 모델S 세단 출시 계획을 발표합니다. 모델S는 2012년부터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그해 전기차 보급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수퍼차저’로 불리는 무료 충전기를 보급하면서 판매를 늘려가기 시작합니다. 모델S의 판매 호조로 2013년 5월 테슬라는 설립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제품으로 입증했으니 주가가 오른 건 당연하죠. 2014년에는 미국 남서부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인 네바다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에는 모델3 세단을 처음 발표했습니다. 잘 나가는가 싶었는데, 자동차 ‘양산’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계획했던 모델3 생산 일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습니다. 2018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그 유명한’ 상장 폐지 발언을 하면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사기 혐의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죠. 당시 머스크는 벌금 2000만 달러를 내고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월가의 회의론을 뒤로 하고 테슬라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한 건 2019년 하반기부터입니다. 몇 달간 200달러 선을 유지하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상승세에 진입합니다. 모델3 인도 대수가 지난해 1분기 6만3000대에 그쳤지만, 3분기엔 9만7200대, 4분기에는 11만2000대로 증가합니다. 영업이익도 3분기와 4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서고요. 이러자 난리가 난 건 월가의 ‘하이에나’들입니다.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주식을 되사들이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습니다. 리서치 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1월 말 현재 유통주식의 17%가 공매도될 정도로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합니다. 여기에 때마침(?) 테슬라와 10년짜리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파나소닉도 4분기 흑자를 발표했습니다. 배터리 업체의 실적은 전기차 업체의 실적에 선행합니다. 테슬라의 지난해 3ㆍ4분기가 깜짝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추세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걸 파나소닉이 보여준 거죠. 주가가 오르는데 이 주가를 정당화하는 실적까지 받쳐주지 주가는 아예 날개를 달았습니다. 올 들어서만 2월 6일 기준(748.96달러)으로 70%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5월 말 185달러였는데, 2월 4일 장중 한때 968.99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약 7개월 만에 5배 넘게 급등했습니다. 테슬라가 저 세상 주식? 한국에는 새롬기술이 있다 테슬라 주가의 향방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투자자문사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의 영업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5년 뒤 주가는 7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면, 마크 테퍼 스트래티직웰스파트너스 설립자는 “테슬라의 주가가 7000달러에 달하면 은퇴하겠다”고 혹평했습니다. 시트론리서치라는 곳은 “(테슬라 주식은) 월가의 새로운 카지노”라고 비꼬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주가 급등세가 과거 2000년 닷컴 버블, 2017년 비트코인 버블 등 때보다 더 가파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테슬라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90년 대 말 한국 코스닥 버블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새롬기술을 아십니까. 코스닥 버블의 대명사로 빠지지 않는 기업입니다.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했는데(공모가 2300원), 1999년 10월 1890원이던 주가가 11월에는 3만원, 그리고 12월에는 12만원으로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3월에는 최고 30만8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액면가 5000원인 코스피 종목을 기준으로 하면 308만원에 해당하는 주가입니다. 그 사이 있었던 유무상 증자를 빼고 단순 주가 기준으로만 6개월 동안 160배 넘게 올랐습니다. 국내외 증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까 합니다. (새롬기술 주가 관련 포스팅 https://locoholding.tistory.com/3?category=599273, https://gilbutbook.tistory.com/1133 등 참조) 새롬기술은 1994년 팩스기기 없이 PC를 통해 팩스를 송부할 수 있는 통신소프트웨어‘ 팩스맨’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새롬기술을 코스닥 광풍의 ‘눈’이 되게 만든 건‘무료 인터넷전화’입니다. 미국 내 자회사인 다이얼패드를 통해 인터넷으로 국제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제전화 요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습니다. 그걸 무료로 하게 만들어 준다니 시장이 열광했습니다. 수년간 연속 적자를 낸 회사의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높은데도 투자자들은 광기에 주식 매수 대열에 일제히 합류합니다. 새롬기술 주가 폭등을 다룬 1999년 12월 14일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새롬기술’ 주가 368배 폭등…투자자들 ‘대박’ 속출). 테슬라가 아니라 이 정도는 돼야 저 세상 주식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기사 중에는 “영화배우 박중훈씨도 이 회사 주식 1만주를 사들여 이 중 일부는 처분하고 현재 1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얼마에 정리했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삼성전자ㆍ삼성전기ㆍ삼성중공업 등도 880억원을 투자해 주당 11만원에 새롬기술 주식 80만주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삼성그룹의 투자 이력에 있어 오점으로 남아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네요. 새롬기술은 2000년 네이버컴(현 네이버와 NHN으로 분할), 네띠앙,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검토를 했지만 백지화됐다고 합니다. 만약 합병했다면? 합병은 안 했지만, 이후 새롬기술은 네이버컴에 250억원을 출자해 지분을 10%를 확보합니다. 네이버컴은 2002년 코스닥에 직상장했고, 새롬기술은 보유지분을 2004년 매각했습니다. 주가를 밀어올린 미국 자회사 다이얼패드는 결국 2001년 법정관리로 넘어갑니다. 새롬기술 주가도 급락했고, 몇 번의 주인이 바뀐 끝에 결국 2009년 9월 상장폐지됐습니다. 2017년 코인 시장의 광기는 애교 수준? 닷컴 버블에 이은 버블의 대명사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국내 시세로 보겠습니다. 2017년 1월 1일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119만2000원에 거래됐습니다. 2017년 12월 31일 마지막 거래 가격은 1867만4000원. 1년 새 15배 넘게 올랐습니다. 6개월로 치면 299만6000원에서 오른 거니, 반년 새 6배 넘게 올랐네요. 코인러들에겐 2017년이 ‘미친’ 시장이기는 했지만 한국 코스닥 버블과 비교할 게 못 됩니다. 물론, 미친(?) 시장에서 알트코인이 폭등하기는 했습니다. 업비트 기준으로 2017년 12월 한 달도 안 돼 리플ㆍ에이다ㆍ스텔라루멘 등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암호화폐 가격이 10배 넘게 뛰었습니다. 당연히, 급등의 대가는 이후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비트코인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고점 대비해서 비트코인은 현재 60% 정도 떨어졌지만, 알트코인 하락률은 90%를 웃돕니다. 코인 시장이 광기라고 했지만, 광기는 어디나 있기마련입니다. 과거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제2, 제3의 테슬라가 나올 수 있죠. 광기 이후 진짜(?) 가격은 결국 기대감이 아닌 실적으로 표현됩니다. 테슬라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최소한 급락하지 않으려면 모델S 양산이 이어져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1월에만 30% 올랐습니다. 2월 7일 글로벌 가격으로는 9800달러를 향해 질주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114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역시 실적이 받쳐줘야 합니다. Rani's note 비트코인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실적이라면 크게 3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먼저, 디지털 금이냐? 올 들어서 안전자산(혹은 대체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통 자산이 위험할 때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둘째, 기관 투자자 진입할까? 인프라는 서서히 갖춰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거래소 그룹 ICE(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의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합니다. 피델리티ㆍJP모건ㆍ골드만삭스 등 전통 금융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셋째, 사용처가 확대될까? 비트코인을 이용한 글로벌 송금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ICE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결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합니다. 조짐이 현실이 되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지를 받고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이 모든 게 기대감에 그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비트코인은 어떤 방향으로 다음 걸음을 옮길까요. 조짐이 나쁘지 않습니다. ※필자는 현재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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