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검색

[파커] CBDC 발행 않겠다던 한국은행, 전담팀 꾸린 이유?

파커, 한국은행, CBDC, 디지털화폐

[파커's Crypto Story]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전담팀을 조직했다고 2월 4일 밝혔습니다. 바로 다음날 5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은행이 조사한 주요국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대응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19년 내내 한국은행이 “한국은 CBDC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며 단호한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다른 행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올해 한국은행의 기조는 큰 틀에서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 CBDC 발행 필요성 적다" 한국은행은 2019년 1월부터 보고서를 통해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일찍이 관련 문제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CBDC와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 신용카드 등 선진 결제수단이 다양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한국은행의 말처럼 2019년 초만 하더라도 각국 CBDC 연구 움직임이 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미 연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CBDC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시기도 2019년 중반 무렵입니다. 이와 같은 기조는 2019년 10월에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 한국 지급 결제 학회 공동주최로 10월 29일 열린 ‘2019 지급결제지도 컨퍼런스’에서 홍경식 금융결제국장이 “한국은 지급결제 인프라가 선진적이고 다양한 지급수단이 발달한 상태이므로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유도 지난 1월의 견해와 비슷했습니다. 아직 주요국에서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게 당시 입장이었습니다. 올 들어 기조가 달라졌다? 그런데 연말연초부터 한국은행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합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신년 통화정책 테마 중 하나로 CBDC를 이야기하더니,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화폐 연구를 위한 전담 팀을 채용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관련 소식이 언론에서 보도된 시점은 2020년 1월경이었습니다. 초창기 정확한 채용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2월 4일 채용 완료 소식이 전해지자 구체적인 정보가 나왔습니다. 인원은 총 7명. 그중 절반이 IT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관련 직무에는 경제·IT법률·경영 등이 포함됐습니다. 특기할만한 부분은 전담팀 아래 기술반을 별도로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단순 CBDC 정책 연구가 목적이었다면 기술반을 따로 두지는 않았을 텐데요. 채용 내용만 보면 2019년 한국은행이 밝혔던 CBDC 관련 기조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큰 틀은 변함 없다…상황에 따라 달라질 뿐 업계 일각에선 한국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이 올해 들어 관련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 측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이 2월 4일 채용 관련 정보 공유와 함께 5일 CBDC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홍경식 국장의 입장도 전달됐습니다. 채용 인원의 절반을 IT 전문가로 뽑은 점에 대해 홍 국장은 “단순 이론 연구가 목적이었다면 전담 팀을 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디지털화폐 발행은 정부와 함께 논의해야하는 일로 결정은 한국은행 소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적극적인 디지털 통화정책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향후 각국 상황에 따라 한국은행의 입장이 달라질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5일 공개한 보고서에는 “미국·일본·호주·영국 등은 금융포용이나 화폐수요감소와 같은 소액결제용 CBDC 발행 유인이 자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한국은행은) 발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관련 연구는 지속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지난해 단호한 입장과 달리 각국 CBDC 연구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자 접근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액 결제용 CBDC 발행 유인이 자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사항입니다. 한국은행은 각국 CBDC 정책을 크게 거액 결제와 소액 결제로 나눴습니다. 거액 결제는 말 그대로 디지털화폐를 통해 거액 결제와 관련한 결제비용과 처리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뜻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일본·싱가포르·서유럽 등지에서 거액 결제 CBDC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반면 소액 결제는 현금 수요 감소세가 빠르고 민간의 통화 서비스 독점에 대응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중국·북유럽·터키 등이 이 범주 안에 속합니다. 이에 대한 한국은행의 기존 입장은 ‘소액 결제 CBDC는 한국에 적용될 요인이 없다’였는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바뀐 셈입니다. Parker’s note 금융 퀀텀점프? 업계가 제도권에 원했던 사항 중 하나는 건전한 프로젝트가 장애물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면 한국이 신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금융의 경우, 아직 디파이(Defi)는 제도권 전면에 바로 등장하기는 이르다고 해도 디지털화폐 관련 정책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지난해와 기조가 달라진 이유 역시 한국은행 스스로 그랬기보다는, 주변국에서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자 바뀐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국은행이 CBDC 관련 조사를 대충한 것도 아닙니다. 이번 보고서만 해도 39페이지에 달합니다. 지난 10월 IBM과 중앙은행 싱크탱크 OMFIF(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가 CBDC를 비롯한 스테이블 코인 관련 보고서를 상세하게 낸 바 있는데, 한국은행 보고서도 이에 뒤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분석 과정은 동일한데 결론만 다릅니다. IBM과 OMFIF는 스테이블 코인을 면밀하게 검토해야한다고 했던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기존 금융 인프라 등을 이유로 연구 비중을 높게 두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정책 방향을 보고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싱가포르를 비롯한 암호화폐 정책 사례와 큰 간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분석까지 잘 해놨는데 금융 퀀텀점프에 대한 ‘가능성’을 이번에도 닫아버린다면 정말 안타깝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만큼, 올해는 그 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제도권 금융이 잘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조인디 logo
j o i n
d

Article Title

  • J loading image
  • O loading image
  • I loading image
  • N loading image
  • D loading image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