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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디지털 화폐 패권은 누구의 손에 떨어질까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 리브라

[소냐’s B노트]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낸 것처럼 달러를 사이버 공간에 보낼 수 있다.” 2019년 8월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오피니언의 제목입니다. 작성자는 ‘크랩토 대디(Crypto Daddy)’로도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Christopher Giancarlo) 전(前)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 그리고 다니엘 고핀(Daniel Gorfine) 전 CFTC 최고혁신책임자(CIO)입니다. 제목에서 보듯 이 글은 디지털 달러라는 모험을 시작할 때임을 시사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올해 들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최근 비영리기관 ‘디지털 달러 재단(Digital Dollar Foundation)’ 출범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 상태죠. 2019년 6월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가 촉발한 디지털화폐 열풍이 중국의 디지털 위안(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 DCEP)으로 번지자 미국은 조급해 졌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수십 년간 지켜온 기축통화의 위상을 뒤흔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죠. 민간 화폐인 리브라, 국가 단위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과 디지털 달러. 그 중심에 선 페이스북과 중국, 미국.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이들 간 패권 전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불씨는 리브라가 당겼다 다들 기억하시는지요. 2019년 6월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내놓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전 세계 17억 명의 금융 소외 계층에게 은행에 갈 필요 없이, 은행 계좌 없이도 간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요. 결제에 쓰이는 리브라는 달러 등 5개 법정화폐를 한 데 묶어 가치를 재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리브라가 한 국가의 화폐 가치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온 구상입니다.(달러 비중이 절반을 차지해 바스켓이 진짜 균형을 이룰지는 의문이지만요.) 리브라 소식 후 발등에 불 떨어진 건 각국 정부입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의 리브라에 대한 반감이 유독 심합니다. 세계 주요 통화국인만큼 리브라가 확산될수록 이들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점을 우려한 거겠죠. 수년 간 준비해온 中 디지털 위안… 리브라 · 달러에 맞서다 리브라에 가장 빨리 대응한 건 중국입니다. 리브라 백서가 공개되자 중국은 다년간 조용히 준비해왔던 디지털 위안(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 DCEP) 발행 계획을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리브라가 받던 스포트라이트를 이제 디지털 위안이 받게 된 겁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중국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발행 시기를 뒤로 늦추더니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입니다. 기술 부족 문제도 있겠지만 리브라에 대한 글로벌 정서가 악화되자 자칫 중국에 불통이 튈까 우려한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발행 소식 아직 없어… 정부의 ‘입단속’ 최근까지도 별다른 진척이 없습니다. 근황을 살펴보면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회의를 열고 2020년 7대 중점 사업을 공개했는데요. 여기에 디지털 위안이 포함되긴 했으나 구체적인 발행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의 연구개발에 힘을 쏟겠다고만 말합니다. 또한 중국은 언론을 통해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위안은 본원통화(M0)를 대체하는 것일 뿐 {{BTC}}이나 {{ETH}} 등 암호화폐도, 그렇다고 해서 리브라 같은 스테이블 코인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디지털 화폐에 대한 시범 발행, 유통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2월 기사에서 언급했듯 인민은행 주도 하에 중국 4대 은행인 공상 · 농업 · 중국 · 건설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 차이나텔레콤 · 차이나유니콤이 가세해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시범 지역은 중국이 디지털 경제 혁신 도시로 지목한 선전과 장강삼각주 신기술 허브인 쑤저우 두 곳입니다. 디지털 위안으로 달러 패권에 도전 사실 중국이 디지털 위안을 내세운 건 리브라가 아닌 미국 때문입니다. 미국이 철통 방어하는 기축통화 패권을 빼앗기 위함이죠. 중국은 디지털 화폐의 빠른 속도, 저렴한 비용, 유동성 확보 등의 이점을 내세워 지폐 위안화가 하지 못한 일을 디지털 위안이 대신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죠. 중국이 디지털 위안 발행에 이처럼 신중을 기하는 이유입니다. 전 CFTC 의장, 디지털 달러 구상... 역공 시작 중국의 도발을 보고만 있을 미국이 아닙니다. 미국(정확하게는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리브라 백서가 나온 지 두 달, 중국이 디지털 위안 발행을 선언한 그 즈음에 미국에서도 디지털 달러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지안카를로의 WSJ 오피니언을 통해서죠.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다른 노선을 택합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민간 차원의 디지털 달러를 개발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지안카를로는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요. 이와 관련한 소식은 미국이 아닌 스위스 소도시 생모리츠에서 나왔습니다. 1월 중순 이곳에서 60여 명의 저명한 암호화폐 관련 인사들이 모인 컨퍼런스가 열렸는데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안카를로를 비롯해 일명 '크립토 맘(Crypto Mon)'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 토마스 모저 (Thomas Moser) 스위스 중앙은행 이사회 멤버,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설립자 카메론 윙클보스(Cameron Winklevoss)와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 형제, 손영 삼성전자 전략기획부문 사장까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봄직한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업계 고위급 인사들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디지털 달러 재단 출범… 액센츄어 · FTI와 맞손 이 자리에서 지안카를로는 디지털 달러를 민간 차원에서 시험하기 위해 비영리조직인 디지털 달러 재단을 출범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또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달러의 잠재적 가능성을 연구, 실험하겠다고도 선언했습니다. 미 정부가 디지털 달러를 채택하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게 재단의 궁극적 목표죠. 재단의 핵심 파트너는 두 곳인데요. 먼저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Accenture)입니다. 액센츄어는 캐나다 중앙은행과 싱가포르 금융관리국, 유럽중앙은행(ECB) 등과 손잡고 디지털 화폐 연구를 하는 등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파트너는 미 워싱턴에 소재한 컨설팅 회사 FTI입니다. FTI는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와 제너럴모터스(GM) 파산 등 굵직한 사건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재단의 국제 협력, 리스크 관리 등에 컨설팅을 제공하게 됩니다. 두 회사는 재단의 디지털 달러 연구가 시장에서 진짜 통하는지 실험하는 데 힘을 보탤 전망입니다. 지안카를로는 미래를 확신했습니다. 머지 않아 미 연준(Fed)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게 되며, 시중 은행을 통해 대중에게 유통될 것이라고요.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 닮았다 그렇다면 지안카를로가 구상하는 디지털 달러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디지털 달러는 현금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대체하는 게 아닌 병존하는 관계입니다. 현금과 100% 교환할 수 있고, 또 현금처럼 지불과 결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와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그보다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과 더 닮아 있습니다. 패권은 누구에게로? 리브라와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 셋 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올해 안에 출시될지도 불분명하고요. 다만,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디지털 위안과 리브라는 잘하면 연내 발행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화폐의 패권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기존 패권을 쥔 미국일까요, 이보다 앞서 디지털 화폐를 내놓게 될 중국일까요? 아니면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민간 화폐인 리브라일까요? 답은 셋 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 알게 될 겁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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