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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크레이그 '사토시’ 논쟁서 기독교 공인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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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s Crypto Story] 누군가는 디지털 자산의 형성을 기독교 공인 과정에 비유합니다. 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종교에 빗대는 걸까요. 디지털 자산은 단순히 화폐를 넘어 하나의 새로운 사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믿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공인 과정까지 기독교와 유사할 수 있다는 건 무슨 이야기일까요. 최근 ‘진짜 사토시’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는 비트코인SV 프로젝트 주도자 크레이그 라이트 박사와 비트코인 코어 진영 간 논쟁에 그 열쇠가 있습니다. 비트코인SV가 오르는 이유 2020년 들어 비트코인SV의 움직임에 모든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1월 9일 116달러였던 비트코인SV가 불과 6일만인 15일에 455달러까지 급등한 것입니다. 무려 4배 가까운 상승률입니다. 업계에선 비트코인SV를 만든 주도자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 박사가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임을 미국 법원에 입증할 증거를 내밀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라이트 박사 측은 튤립 트러스트(Tulip Trust)라는 비트코인 신탁에 접근할 마지막 PGP 키가 도착하면 크레이그가 사토시인 것이 증명되는 셈이라고 합니다. 튤립 트러스트 안에 무려 110만 개의 비트코인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나카모토 사토시를 추적하는 분석가들에 의하면 나카모토 사토시가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수량은 70~100만 개 사이입니다. 이를 근접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물량은 나카모토 사토시 본인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정설인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질 조짐이 보이니 비트코인SV가 폭등한 것입니다. 과연 ‘자칭 사토시’였던 크레이그 라이트 박사는 ‘진짜 사토시’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비트코인SV 사태와 관련한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보고 사토시 논쟁의 본질을 선례를 통해 알아볼까 합니다. 사토시 논쟁의 발단 원인과 배경을 알면 결과가 보입니다. 라이트 박사의 사토시 선언 배경과 비트코인SV 탄생 과정을 보면 이번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알 수 있겠죠. 라이트 박사가 처음 사토시로 지목 받은 시기는 2015년입니다. 이땐 특별한 응답을 하지 않으며 자신이 사토시임을 긍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6년 들어 돌연 “내가 나카모토 사토시”임을 밝힙니다. 사토시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제네시스 블록(사토시가 생성한 비트코인 최초의 블록)에 디지털 서명을 하겠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카모토 사토시의 후계자로 알려져 있는 개빈 앤드레센(Gavin Andresen)은 그를 비밀리에 만난 후 사토시인 걸 믿게 됐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논쟁은 그후에 벌어졌습니다. 라이트 박사가 제네시스 키를 공개할 때 벌어질 파장을 우려해 증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사기꾼으로 보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여기에 현재 비트코인SV 폭등 도화선이 된 아이라 클레이먼(Ira Kleiman)과의 2018년 2월 소송전은 그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켰습니다. 원고인 아이라 클레이먼이 소송을 건 이유는 죽은 동생 데이브 클레이먼(Dave Kleiman)의 110만 비트코인과 지적재산권 등을 라이트 박사가 서명 위조를 통해 강탈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에 해당 소송을 맡게 된 미국 플로리다 남부법원은 라이트 박사에게 “(사토시임을 밝힐)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증죄로 클레이먼 일가에게 비트코인 110만 개 중 절반과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을 넘겨야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결국 두 해를 넘긴 시점에서 라이트 박사가 “증거를 입증할 마지막 키가 왔다”고 운을 띄우자 법원이 증거 제출 기한을 오는 2월 3일까지로 연장한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입니다. 사토시하고 비트코인SV가 무슨 상관? 라이트 박사가 사토시일 가능성이 점쳐지자 비트코인 SV가 급등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SV는 라이트 박사가 주도해서 만든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8년. 이미 라이트 박사가 자신이 사토시임을 업계 전반에 호소하던 때였습니다. 론칭 이유는 사토시가 진짜 추구했던 가치를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SV 뜻 자체가 사토시 비전(Satoshi Vision)의 줄임말인 것에서부터 그 의지가 드러납니다. 2017년 하반기 이전에 블록체인 씬을 입문한 사람들은 알 겁니다.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캐시가 하드포크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블록 사이즈 때문이라는 것을요. 사토시가 말했던 비트코인 P2P 거래가 실현되려면 블록 사이즈를 늘려 확장성을 도모해야한다는 게 비트코인캐시의 입장이었습니다. 주장은 그럴 듯 했지만 그 의견을 낸 주체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우지한을 비롯한 대형 채굴 풀로 인해 채굴 중앙화 우려가 대두됐는데, 그 논란의 중점에 있는 사람들이 강력하게 블록 사이즈 확장을 도모했기 때문이죠. 결국 비트코인 코어 진영은 블록 사이즈 확장은 탈중앙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블록 사이즈 확장이 아닌 세그윗(Segwit)을 채택합니다. 세그윗은 사이즈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 블록에 서명 부분에 해당하는 공간을 비워두는 방법이었습니다. 당연히 블록 사이즈 확장을 외치는 쪽은 이에 반발해 비트코인캐시를 만듭니다. 그러다가 2018년 8월 비트코인캐시 진영이 다시 둘로 나뉩니다. 이번엔 프로토콜파와 블록 사이즈 확장파의 대결이었습니다. 비트코인캐시 주요 개발진이 프로토콜을 변경하는 업데이트를 추진하자, 지금의 비트코인SV 진영 사람들이 그 방향성은 사토시의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프로토콜은 그대로 두고 블록 사이즈를 더 확장하자는 것이죠. 여기에 앞장 선 인물이 ‘자칭 사토시’로 인식되던 라이트 박사였고, 그의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캐시에서 빠져나와 만든 프로젝트가 비트코인SV입니다. 실제로 SV 진영에서는 앞으로 나올 결과와는 별개로 라이트 박사를 사토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토시가 갖는 상징성이 비트코인SV로 연결되면서 경이로운 상승률을 보인 셈입니다. 비트코인SV 사태의 핵심 쟁점 이제 문제의 본론입니다. 비트코인SV 사태의 핵심은 거듭된 사토시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있습니다. 물론 그 실체가 정말 라이트 박사라면 영향이 비트코인SV에 직결될 수 있으므로 급등한 것이겠죠. 그리고 결과와는 별개로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 사람들이 비트코인 SV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집니다. 다만 쟁점이 해소되려면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해소돼야 합니다. *라이트 박사가 사토시임을 증거로 내세운 튤립 트러스트의 실체는 무엇일까 *튤립 트러스트에 보관된 110만 개의 비트코인을 과연 사토시의 것으로 확신할 수 있을까 *사토시의 것이 맞다고 해도 라이트 박사가 사토시라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SV 사상은 정말 사토시가 추구하고자 했던 본연의 사상인가, 좀 더 본질적으로 ‘사토시 사상 논쟁’자체가 블록체인 씬에 유의미한 일인가 추적자들이 현재까지 밝혀낸 성과 튤립 트러스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110만 개의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신탁입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 신탁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소유자가 각기 다른 8개의 키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곧, 튤립 트러스트의 실체는 개인 신탁이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라이트 박사 측도 증거 공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튤립 트러스트에 접근하기 위한 키를 모으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죠. 다만 거기에 보관된 110만 비트코인이 ‘과연 사토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업계에선 사토시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물량을 약 98만 개로 추정해왔는데, 이는 사토시 추적자로 알려져 있는 세르지오 러너(Sergio Lerner)의 블록추적법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2009년 초창기 블록 생성에서 엑스트라 논스(Extra Nonce) 값이 연속적 패턴을 보인 것을 깨닫고 유사한 경사 값을 추적해 그 채굴자를 사토시로 추정했습니다. 본래 엑스트라 논스는 다른 노드가 참여할 때 일반 논스와 달리 무작위 값이 나와야 했는데, 채굴 경쟁이 0에 수렴한 시기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러너가 이 블록을 하나씩 추적해 유사 값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그 블록에 해당하는 보상을 사토시의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추적자들이 러너의 분석에 반박합니다. 비트멕스의 2018년 리서치가 이 논쟁을 조명했는데요. 경사 값이 유사한 집합들을 전부 사토시로 보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다른 채굴자가 사토시와 비슷한 장비를 이용하면 거의 중첩되는 경사 값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의문도 사토시가 한 명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풀립니다. 처음부터 사토시가 여러 명의 인물로 구성된 집합체였다면 경사 값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습니다. 진짜 의문으로 남는 문제는 2009년 사토시가 채굴을 시작한 이후와 튤립 트러스트 설립 사이의 일입니다. 이 사이에 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 공백이 매워져야 사토시의 실체도 비로소 규명될 수 있겠죠. 다만 튤립 트러스트 자산이 사토시’들’의 것으로 드러나 라이트 박사가 사토시 일원이 맞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사토시가 맞다 해도) 적어도 내가 아는 그 사토시는 크레이그 라이트 당신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사토시 사상 논쟁과 기독교의 초창기 과거 오늘날 비트코인 진영 관계자들은 늘 ‘사토시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가정을 세웁니다. 사토시는 라이트 박사가 아닐 거라고 전망하는 측도 ‘사토시가 라이트 박사 같은 언행을 할 리 없다’는 전제를 깔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기독교의 초창기 논쟁은 비트코인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초창기 기독교에선 삼위일체 논쟁이 한창이었습니다. 삼위일체란 성부·성자·성령이 하나의 하나님(개신교 기준)이지만 각 위격이 같은 존재는 아니라는 교리입니다. 지금은 삼위일체론이 기독교의 핵심 교리로 자리 잡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성경 구절을 두고 논란이 거듭됐습니다. 당시 아리우스파는 성자(예수님)은 성부(하나님)의 첫 피조물일 뿐 하나님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반면 아타나시우스파는 현재 삼위일체론의 근간이 되는 삼위일체설을 그대로 주장했습니다. 기독교가 결정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된 사건인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 때도 이들의 논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결국 기독교 공인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황제가 직접 니케아 공의회를 열어 삼위일체 논쟁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파워 싸움에서 밀렸다고 보기엔 주도권을 놓친 아리우스파도 세력이 만만치 않아 학자들은 초창기 기독교 커뮤니티 사이의 암묵적 ‘본질’을 지목합니다. 사상 논쟁과 명확하지 않은 성부·성자·성령의 개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성자가 단순 피조물은 아니라는 믿음은 그들 사이에서 지배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이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까닭 비트코인 진영을 둘러싼 사토시 사상 논쟁도 사토시의 말과 기록을 근거로 이뤄집니다. 심지어 사토시가 같은 시기 언급했던 다른 구절을 가지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비트코인 코어 진영에서는 2008년 사토시가 “CPU만 있으면 누구나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다. GPU 채굴을 미루기 위한 신사적인 협정을 제안한다”는 말을 근거로 블록 사이즈 무제한 확대를 추진하는 비트코인SV를 비판합니다. 애초에 코어 진영이 세그윗을 채택한 이유가 블록 사이즈 확대에 따른 채굴 중앙화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 비트코인SV의 옹호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는 메인메타 백종찬 이사는 동일한 시기 나카모토 사토시가 언급한 “처음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노드를 운영하겠지만, 네트워크가 성장함에 따라 특화된 하드웨어와 서버농장들로 대체될 것이다”를 인용하며 채굴기의 진화는 필연이며 블록 사이즈 확대는 사토시의 본래 뜻에 부합한다고 설명합니다. 또 사이즈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무어의 법칙을 예로 들며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된다고 전망합니다. 과연 양자 사이에서 어떤 진영의 논리가 맞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그 전에 이런 교조주의적 흐름이 본질적으로 블록체인 씬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답은 알 수 없지만, 블록체인도 결국엔 정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디지털 자산이 기독교 공인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한 이유는 당시 시대적 정치 상황이 기독교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쪽으로 흘렀기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분열이라는 외부 변수와 내부 변수인 지속가능한 제정 통치를 하기 위해선 다신교보다 유일신 사상이 필요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분석입니다. 오랜 박해에도 기독교 세력이 줄기는커녕 조금씩 늘어났다는 점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결정에 한 몫 했겠죠. 또 이후 일어난 삼위일체 논쟁의 결말도 정치적 합의에 의한 산물이었습니다. 블록체인 씬에서 벌어지는 논쟁도 종국엔 이와 유사한 흐름을 가져가지 않을까요. 추상적이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업계 커뮤니티 구성원(초기 기독교 신자), 그러한 사상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행동에 옮기는 프로젝트 주도자(아리우스파·아타나시우스파), 거시 질서를 주도하는 제도권 인사(로마 황제)의 정치적 상황이 한데 뭉친 결과로 말입니다. Parker’s note BSV 가격 전망? 번외의 이야기지만 금융시장에선 이슈가 되는 종목의 가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상황에서 비트코인SV 가격에 대해 관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단기 급등에 투자를 유의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말처럼 1월 15일 455달러까지 올랐던 SV 가격이 불과 하루 지난 16일 오전 11시 기준 29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니콜라스 머튼(Nicholas Merten)은 “BSV 거래량의 99.4%는 이름 없는 거래소를 통한 자전거래로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SV의 상승은 끝이 아닐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SV 진영 중 일부는 2월에 라이트 박사가 튤립 트러스트 자산을 오픈하면 다시 한 번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SV의 이번 상승은 전형적인 작전주의 모습이다. 원칙적으로 작전주에 대해선 투자를 경계해야하지만, 때때로 일반인의 상식을 넘는 상승률을 보여줄 때가 있다”면서 근거가 건전하지 않은 상승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통된 의견은 “단기 급등으로 인해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만장일치 의견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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