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검색

‘페트로 달러’ 가고 ‘페트로 비트코인’ 시대 온다

페트로달러, OPEC, 오일코인

지난 4월 초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원유의 달러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미국이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 법안에는 원유 담합 행위를 금지하고 미 검찰이 자국 법원에 해당 국가를 기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도 이후 사우디가 이를 부인하긴 했지만 양국 간 감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듯 보인다. 사우디와 미국의 인연은 오래됐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달러 패권 방어에도 나섰다. 그래서 손을 잡은 상대가 사우디다. 미국은 사우디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원유 결제 화폐를 달러 독점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1975년 ‘페트로 달러’의 탄생이다. 왜 갑자기 미국은 사우디에 강공 모드로 나갈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일탈일까. 역사는 시대 정신을 투영하는 지도자를 호출한다.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미국에서 셰일 가스가 쏟아졌다. 사우디ㆍ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다. 이제는 원유 때문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졌다. 반면, 사우디 등 OPEC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수준을 넘어,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다. 올 초 카타르가 OPEC를 탈퇴했다. 좌장 격인 사우디조차 OPEC의 해체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만약 사우디가 탈퇴하고, OPEC가 해체된다면 글로벌 에너지 질서 시장에 파란이 일 것이다. 위기는 누군가에겐 기회다. 중국이 틈을 노렸다. 사우디에 접근, 지난 2월 양국이 경제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2018년 순익 126조 원, 애플의 2배 이상)는 중국에 11조 원 규모의 합작법인(JV)를 설립했다. 중국이 사우디에 손을 내민 건 위안화 때문이다. ‘페트로 위안’ 시대의 개막이 중국의 목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중국은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에서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는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달러 패권에 도전한 많은 시도가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 중국이라는 상대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페트로 달러 이후를 대비해 OPEC 회원국들이 중국에만 기댈까. 아니다. 그들은 ‘플랜B’로 암호화폐를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는 자국에서 발행한 ‘페트로’ 암호화폐를 원유 결제에 사용하자고 OPEC에 건의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UAE)는 올 초 암호화폐 공동 개발을 선언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고통받는 이란도 암호화폐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산유국들끼리 원유 결제에 특화된 ‘오일 코인(가칭)’을 선보일 수도 있다. EU(유럽연합)의 ‘유로’처럼 말이다. 하지만, 발행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이걸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시아파와 수니파로 분열된 중동 산유국들이 단결할 가능성 또한 낮다. 설사 오일코인을 발행한다 해도 담보물을 무엇으로 할 거냐도 문제다. 특정 법정화폐에 연동한 오일코인은 결국 페트로 달러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원유나 금과 같은, 상품 담보가 필수적이다. 베네수엘라의 페트로는 원유(50%)ㆍ금(20%)ㆍ철(20%)ㆍ다이아몬드(10%) 등으로 구성됐다. 산유국이 오일코인을 발행한다면, 오일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상품 바스켓에 비트코인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페트로 비트코인의 탄생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누구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비슷하다. 형태만 다를 뿐이다. 현재 산유국들은 미국이나 친미 성향의 유럽 국가들에 비해 금이 부족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금 매집에 성공했다. 양국의 주도로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순 매수량은 전년 대비 74% 증가했는데, 이는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중동이나 베네수엘라는 금이 충분치 않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경제 위기로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것마저 팔아 금 고갈 위기에 처했다. 금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산유국 입장에서 비트코인은 훌륭한 대안이다. 금과 비교해 비트코인을 매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다. 때문에 오일코인의 담보가 될 상품 바스켓에 금과 더불어 비트코인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다. 비트코인이 원유 결제에 활용될 날이 올까. 암호화폐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산유국들의 행보를 눈 여겨 봐야 하겠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조인디 logo
j o i n
d

Article Title

  • J loading image
  • O loading image
  • I loading image
  • N loading image
  • D loading image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