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검색

[파커] 2019년이 남긴 숙제, 2020년이 줄 희망

박상혁, 파커, 크립토 스토리, 암호화폐, 가상화폐

[파커's Ctypto Story] 다사다난. 올해 블록체인 씬을 이보다 더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스캠 프로젝트가 몰락하고 기존 대형 업체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던 게 2019년이었습니다. 지지부진한 성과에 발걸음을 돌린 관계자와 투자자의 수도 적지 않았습니다. 업계 퇴사자 현황·시장 활성화 지표 등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역설 속에서 빛을 발할 때가 많습니다. 2018년 이맘때쯤 2019년을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밝은 전망을 내놨습니다. 아직 시장의 열기가 살아있던 시기였고, 신생 프로젝트들이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전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문제점도 지금보다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대부분의 디앱(DApp)이 무너질 거라고 보는 의견은 많았지만, 그 디앱이 어떻게 무너질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또 여러 프로젝트가 몰락했을 때 실제로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올지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전히 미래의 영역이니까요. 밝아 보였지만 불안했던 게 2018년이었습니다. 2019년은 어떤가요. 물음표의 영역이 느낌표로 채워졌습니다. 물론 성과를 놓고 봤을 때 결코 좋은 의미의 느낌표는 아닙니다. 그러나 느낌표가 됐기 때문에 2019년이 남긴 숙제는 2018년에 비해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문제점이 뚜렷하게 발견됐을 때, 역설적이게도 다음해가 주는 희망은 지금보다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말이죠. 2019년이 던진 동일한 메시지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인만큼,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2019년이 던진 메시지는 일관됐습니다. 좋은 소식을 말한다면 페이스북(Facebook)으로 대표되는 IT공룡의 암호화폐 서비스 진출·백트(Bakkt)의 실체화·기관 진입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느끼는 체감 실적은 바닥을 쳤습니다. 그동안 가져왔던 허황된 기대감에 대한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렸기 때문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입니다. 2018년 초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달려든 신생 프로젝트의 서비스가 구체화되는 시기가 대부분 2019년이었는데, 약속과 다른 결과가 너무나도 많이 벌어졌습니다. 사실 엄밀한 잣대로 보면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로드맵 이행에 있어 업계의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문제는 로드맵 이행은커녕, 투자자의 자금을 빼돌리는 행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운이 좋으면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나 각국 수사망에 걸려 프로젝트 대표가 체포되지만, 백서만 그럴듯하게 잘 쓴 소형 스캠 프로젝트는 사실상 잡기가 어렵습니다. 자금도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모아서 처벌이 모호합니다. 기행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쪽은 주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담당했습니다. 올 봄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표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은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대표가 한 달 가까이 잠적하자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저는 살아있습니다”라고 공지한 것이죠. 이러한 거래소의 대응을 보고 국내 투자자들은 한 유명 애니메이션의 기술 이름 ‘예토전생’(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술법)을 빗대어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거래소는 현재 회사 이름만 남아있고 서비스 운영 흔적이 지워진 상태입니다. 마찬가지로 캐나다 거래소 쿼드리가CX(QuadrigaCX)에서도 대표가 죽었다는 발표가 나왔는데, 사망 시점 이후에 콜드월렛 이동 흔적이 보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콜드월렛은 프라이빗 키를 대표만 알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결과를 책임 없이 미래로 돌리면 일어나는 일 무엇이 문제고, 누구의 잘못인 걸까요. 불확실한 신산업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가 블록체인에서는 더 극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암호화폐라는 매개체가 그 명암을 극대화시킨 셈입니다. 이를 이용해 2018년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결과를 미래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막상 그들이 설정해놨던 미래가 다가오면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거푸 연기를 반복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시장 분위기가 아직 죽지 않았으니 큰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값이 한계에 다다른 2019년이 되자, 수많은 프로젝트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진짜 없어지면 명확한 처벌 대상이 되니 커뮤니티와 서비스는 폐쇄하고 회사 이름만 남겨놓는 방식으로요. 깃허브(Github) 최근 1년간 업데이트가 한 줄도 이뤄지지 않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업계의 책임 없는 미래에 대한 방지 의무를 가진 정부도 사실상 해놓은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 거래소 한정이긴 하지만, 규제의 시작으로 봤던 특금법도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내년 4월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 사이 책임 없이 결과를 미래에 내던진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으로 양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이 처한 프로젝트의 상황을 미래에 맡기면서 현실을 외면합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의혹을 말하면, 안 해도 되는 소리를 해서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투자자의 이야기를 수 차례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문제점 속에서 희망 찾는다 기관 투자 등에 의한 외부 요소로 긍정적 관점을 제시하는 글은 이미 많으니, 문제점 속에서 희망을 찾아볼까 합니다. 올해 일련의 사건들로 국내외 감독기관도 하나 둘 칼을 빼 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암호화폐 법 2020을 준비 중이고, 스위스나 싱가포르 같은 금융 허브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다시 재정비했습니다. 제3국의 적극적인 암호화폐 규제도 주목할만합니다. 한국 역시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 마감 기한이 다가온 만큼, 내년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모두 문제점이 뚜렷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도 2020년엔 보다 명확한 공간에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어도 2019년처럼 극단적으로 결과를 미래에 방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축출되는 기업과 새롭게 떠오르는 조직이 동시에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또 올해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로 업계 퇴사자의 퇴사 이유가 좋지 않을 거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사실 퇴사자의 상당수는 좋은 이유로 이직한 경우도 많습니다. 누가 봐도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이직해 그곳에서 기술·경제 분야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뒤집어 생각해봤을 때 그 정도의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업계에 숨어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투자자들도 이전보다 강해졌습니다. 백서만 보고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걸 이젠 모두가 압니다. 여러 거래소와 프로젝트의 사기 행각을 몸소 겪으면서 이젠 투자자들 스스로가 앞서서 의혹을 파헤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의 의식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한, 업계 관계자들도 더 이상 이전처럼 손 쉽게 사업계획을 세울 순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넌 뭘 할 건데? 2019년. 주어진 숙제는 명확합니다. 각 구성원이 해결할 의지만 있으면 2020년의 방향성은 지금보다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가 할 일 중 하나는 그 의지를 열어젖히는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진 그 희망을 전달하기엔 시기가 이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시장 상황도 희망보다는 쓴 소리를 전달해야 이치에 맞는 경우가 많았고, 저희 자체 역량도 그 소리를 널리 전파하기엔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엔 그런 생각을 조금 줄여도 될 것 같습니다. 2019년을 겪으며 각 구성원이 허황된 기대감에서 벗어나 주어진 현실을 인식했고, 저희의 역량도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성장했습니다. 물론 업계 생태계를 흐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역시 가감없이 전달해야겠죠. 이게 저의 내년 목표입니다. 개인으로서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경계에 예민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던 경우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정책입안자·사업자·투자자 간의 경계, 같은 사업자나 투자자 사이에서 또 다시 갈라지는 경계 속에서 객관적 전달을 못했던 경우도 분명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아마 내년에도 똑같이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또 콘텐트를 레거시 미디어처럼 딱딱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 역시 온전히 지켜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업계 프로젝트 관계자 이상으로 보완점이 많이 필요한 입장이죠. 저부터가 내년에 결과를 더 이상 미래에 맡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한 해입니다. ※본 글은 지극히 필자 중심의 한 해 소회를 담은 칼럼입니다. 한 해 일어난 일을 정리한 조인디 콘텐트는 연말에 따로 게시될 예정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조인디 logo
j o i n
d

Article Title

  • J loading image
  • O loading image
  • I loading image
  • N loading image
  • D loading image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