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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배달의민족 합병에 코인러가 씁쓸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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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게르만 민족.’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하 우형)과 독일계 온라인 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12월 13일 합병을 발표하자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김봉진 우형 대표가 자신의 지분(약 13%)을 판 게 아니라 본사 DH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입니다. 배달의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됐다는 건 너무 자조적인 표현이 아닐까 하네요. 여기에 최대주주만 놓고 보자면 우형도 애초 우리 민족은 아니었습니다. 배신감이 드시나요. 자본에 국경이 어디 있겠습니다. 배민과 DH의 합병을 통해 국경 없는 자본을 실태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어떻게 코인과 신박하게 연결될까요. 끝까지 읽어봐 주세요. 2010년 전단지 주우러다녔다 김 대표가 우형을 창업한 스토리는 업계에선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유명한 ‘전설’입니다. 2010년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배달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초기 창업자 6명이 모였습니다. 김 대표가 디자인을 맡고 친형이 개발을 맡았습니다. 지금이야 배민에 노출이 잘 될 수 있도록 점주들이 돈을 쓰지만 초기엔 오피스텔과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구하러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9년 만에 40억 달러(약 4조7000억 원)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창업자들은 성장을 위해 자신의 지분을 헐값(?)에 팔고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4조7000억 원에 팔렸다고 하지만 김 대표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은 13%에 그칩니다. 나머지 87% 투자자가 회사 성장에 기여한 것은 초기 투자금을 댄 것 뿐입니다(그게 얼마나 중요한 기여냐, 라고 반문하신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중국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우형의 2018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우형의 자본금은 2018년 말 기준으로 54억5700만 원입니다. 그만큼 그간 투자를 많이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최대주주는 ‘힐하우스 BDMJ 홀딩스 리미티드(Hillhouse BDMJ Holdings Limited)’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힐하우스DCMJ홀딩스리미티드는 힐하우스 캐피탈 그룹(Hillhouse Capital Group, 이하 힐하우스)의 계열사입니다. 힐하우스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PEF) 및 벤처캐피탈(VC)입니다. 아시아 기업에 주로 투자하며 2018년 10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주로 대학기금이나 국부펀드ㆍ연금펀드 등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리서치에 기반한 장기 투자를 선호합니다. 2005년 미국 예일대 MBA 출신인 레이 장(Lei Zhang)이라는 인물이 설립했습니다. 설립 초기 예일대 기금으로부터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투자 의사 결정을 주도한 건 기금 운용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웬슨(David Swensen) 최고투자책임자(CIO)입니다. 레이 장은 그 돈을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Tencent)에 투자했습니다. 19일 기준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3조5900억 홍콩달러, 약 536조 원입니다. 얼마나 많은 투자 수익을 올렸을 지 짐작이 갑니다. 힐하우스는 또한 이커머스 강자인 징동닷컴(JD.com)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징동닷컴은 2014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할 때 26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힐하우스는 초기 약 2억55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지분 가치가 IPO 때 39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투자 성과가 워낙 좋습니다. 2008년 37% 손실에도 불구하고 2005년 설립 이후 2012년까지 연간 52% 투자 수익을 달성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펀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워낙 투자 성과가 좋아 2018년 9월에 모집한 펀드의 경우엔 106억 달러를 모았습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 모집액으로 2017년 KKR이 기록한 93억 달러를 훌쩍 돌파했습니다. 배민은 이제 게르만 민족?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형 경영진이 보유한 13%를 뺀 나머지 87%는 힐하우스 등 투자사에 인수대금을 지급하고 사들였습니다. 김 대표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은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됩니다. DH는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돼 있는데, 12월 18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약 125억 유로(약 16조2000억 원)입니다. 우형 합병을 발표한 뒤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만, 계약 당시 DH는 우형의 약 3배 정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산정됐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김 대표 등이 대신 받을 DH 본사 지분은 약 4% 정도로 보입니다. 이제 우형의 최대주주가 DH이니 배민은 게르만 민족이 된 걸까요. DH는 독일 베를린에 기반한 온라인 푸드 배달 플랫폼입니다. 유럽ㆍ아시아ㆍ남미ㆍ중동 등 40여 개국에 진출해 있고, 25만 개의 음식점과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2018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주문수ㆍ레스토랑ㆍ활성이용자 등 측면에서 글로벌 1등이라고 주장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3억6900만 개의 주문을 처리했습니다. DH는 2011년 니클라스 오츠버그(Niklas Ostberg) 등 독일 청년들이 창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회사가 성장해 온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쉼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불리기입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어김없이 현지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5년 4월 자체 서비스인 요기요의 주요 경쟁자인 배달통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알고 보니 아프리카 민족이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회사를 키우려면 실탄이 풍부해야 합니다. M&A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합니다. 그 가운데 2017년 5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합니다. 글로벌 인터넷 및 엔터테인먼트 그룹이자 세계 최대 기술 투자자 중 하나인 내스퍼스(Naspers)가 DH에 3억8700만 유로(약 5000억 원)를 투자합니다. 그리고 DH는 2017년 6월 30일 IPO를 합니다. DH 홈페이지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내스퍼스는 22.17%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그 밖에 자산운용사인 베일리기포드그룹(10.57%), 인사이트그룹(7.71%) 등이 주요 주주입니다.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들을 비롯한 경영진의 지분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내스퍼스는 어떤 기업일까요. 본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둔 1915년에 설립된 미디어 및 인터넷 통신, 엔터테인먼트 그룹입니다.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로 불립니다. 소프트뱅크와 함께 IT 업계 투자 시장에서 양대 ‘큰 손’으로 인식됩니다(백인 주도의 남아공에서 큰 기업이니, 남아공에서는 기득권 세력입니다. 과거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암암리에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판에도 침묵을 지키다 내스퍼스 그룹의 미디어 회사 대표가 이를 사과한 건 2015년에 이르러서야 합니다). (정치적 논란은 뒤로 하고) 내스퍼스가 인터넷 투자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텐센트 투자를 통해서입니다. 2001년 텐센트에 33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내스퍼스는 텐센트 지분 약 31%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내스퍼스는 남아프리카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에 상장이 됐는데, 18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200억 랜드(약 83조 원)입니다. 앞서 텐센트 시총이 536조 원이라고 말씀드렸죠. 텐센트 지분 31%를 들고 있으니 이 가치만 166조 원입니다. 내스퍼스 기업 가치보다 보유한 지분 가치가 더 큰, 투자사 입장에서는 정말 행복한 케이스네요. 내스퍼스의 텐센트 투자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자로 평가 받습니다. 내스퍼스는 또, 자회사인 미리어드 인터내셔널 홀딩스(Myriad International Holdings)를 통해 페이스북(Facebook)ㆍ그루폰(Groupon, 소셜커머스)ㆍ징가(Zynga) 등에 투자한 러시아의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일.루(Mail.ru), 옛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igital Sky Technologies, DST)의 지분 28.7%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8년 9월에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메일.루 지분의 10%를 매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가치로 약 4억8400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Rani’s note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배민 합병과 코인은 과연 어떻게 연결될까요. 복잡한 투자 관계에서 느끼셨겠지만 자본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독일인가 싶었는데 남아공 회사가 최대주주이고, 이 회사는 러시아 기업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 민족인 줄 알았는데 중국계였고요. 글로벌 비즈니스의 시대에 최대주주가 어디냐를 기준으로 그 회사가 어느 나라 것이냐를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나라 사람을 고용하면 그게 우리 기업이 아닐까 합니다. 배민이 배달료와 자영업자 수수료를 뜯어서 외국계 투기 자본의 배만 불려 준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배민 가치를 키워 온 배민의 이용자나, 배민에 들어간 자영업자나, 배민의 라이더나, 배민의 기업가치가 커지면서 받은 혜택은 없습니다. 창업자들조차도 지분은 내줬고, 결국 초기에 자본을 댄 투자자들이 과실을 모두 챙겼습니다. 이게 바로 주식회사 자본주의의 한계입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토큰 이코노미가 나왔고, 투자의 민주화라며 ICO(암호화폐를 통한 자금모집)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보시는 대로입니다.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은 아사리판입니다. ICO는 투자의 민주화가 아니라 사기의 효율화였을 뿐입니다. ‘갑분’ 마무리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낙관주의자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결국은 처음 꿈꿔왔던 암호화폐를 통한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봅니다. ps. ‘예일대 기금의 아버지’가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관련 영상 https://youtu.be/Ly04qCEFjGY ) 사족을 하나 붙이겠습니다. 힐하우스 초기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한 인물이 데이비드 스웬슨 예일대 기금 CIO입니다. 예일대 경제학과 박사 출신으로 예일대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전설로 꼽힙니다. 1980년대 리먼브러더스와 살로먼브러더스를 거치면서 월스트리트 경험을 쌓았습니다. 파생 상품과 기업 금융이 전문가인데, 1985년 모교인 예일대에서 기금 운용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고민 끝에 수락했습니다. CIO직을 수락했던 1985년에는 기금 규모가 10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스웬슨은 이 기금을 최근 기준으로 294억 달러로 키웠습니다. 지난 34년간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13.8%에 달합니다. ‘투자의 신’이라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10.4%)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습니다. 덕분에 스웬슨은 연봉으로 470만 달러(2017년 기준)를 받았습니다. 예일대 총장 연봉(115만 달러)의 3배가 넘습니다. 미 아이비리그 8개 대학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직원이기도 하고요. ‘예일의 워런 버핏’으로 불립니다. 스웬슨의 투자 비결은 뭘까요. 그는 CIO 취임 후 대형주 위주 안전 자산에 치중하던 기금 운용 구조를 과감하게 혁파합니다. 헤지펀드와 벤처캐피털ㆍ원자재ㆍ부동산 등과 같은 고위험 자산 비중을 높였습니다. 대학기금 운용에 실물자산 투자 방식을 도입한 이른바 ‘예일 모델’의 출발이었습니다. 초기엔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학에서 보편한 투자전략입니다. 스웬슨의 자식들(?)이 프린스턴대(앤드루 골든)와 스탠퍼드대(로버트 월래스), MIT(세스 알렉산더) CIO로 잇따라 영입됐습니다. 2018년 10월, 예일대가 코인베이스의 공동창업자 프레드 에르삼, 세쿼이아 캐피털의 파트너를 지낸 매트 황, 판테라 캐피털에서 일했던 찰스 노이즈가 함께 설립한 4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펀드 패러다임(Paradigm)에 투자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학 기금이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모든 게 스웬슨의 결정이겠지요. 2005년 초짜 펀드 매니저를 통해 텐센트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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