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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그대 이름은 상아탑 코인

타로핀, 코린이 개나리반, 상아탑, 알고랜드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요즘 SNS나 언론에서 앵무새를 심어 놓았나 의심이 들 정도로 자주 접한 사건이 있다. ‘팀장이 신입사원에게 로또를 사줬는데 글쎄 그게 1등이 됐다더라’는 얘기다. 정치 이슈나 연예인의 가십거리가 아님에도 화제가 되는 건 일확천금 (一攫千金)에 대한 관심과 부러움이 발현된 결과 일 테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큰 성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국적과 시대를 불문하고 이어져 왔다. 상아탑, 코끼리 무덤 중세 유럽에서는 갓 중국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온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을 통해 미지의 대륙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상상의 최정점은 황금으로 뒤덮인 황금의 땅, ‘엘도라도’에 이르렀다. 일확천금을 향한 그들은 바다로 나가 남미대륙을 향해 키를 잡았다. 대항해 시대의 서막이다. 근대 아프리카에서는 임종이 임박한 코끼리는 무리를 떠나 코끼리의 무덤으로 향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코끼리의 무덤을 찾기만 하면 상당한 고가의 재료인 상아가 탑처럼 쌓여 있을 테다. 단어 그대로 일확천금의 기회다’. 라고, 밀렵꾼들은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다. 코끼리 밀렵을 통해서 대량의 상아를 구했지만, 그 출처를 이실직고 밀렵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코끼리 무덤에서 상아탑을 찾았다며 둘러댔다. 존재하지 않지만, 집단의 부정한 이득을 위해 만들어진 상아탑(象牙塔)이다. 상아탑은 프랑스의 비평가 생트뵈브가 낭만파 시인 비니를 비평하면서 크게 알려졌다. 속세를 떠나서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전념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되었고, 이는 속세를 등지고 현실과 동떨어진 채 홀로 틀어박혀서 학문에만 몰두하는 대학교수나 학자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상아탑 코인, 개미 무덤 비트코인의 ‘응애 응애’ 이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실로 놀라웠다. 속세를 등지고 상아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학자들이 암호화폐의 최전선에 투입 배치됐다. 오른손에 논문을 들고 왼손에 코인을 들고 자진해서 전장에 들어왔다. 상아탑 코인의 탄생이다. 카네기 멜런 대학 컴퓨터 과학 박사인 리몬 베어드(Leemon Baird)는 헤데라 해시그래프(Hedera Hashgraph)를 탄생시켰다. MIT 공과 대학교수인 알렉스 펜트랜드(Alex Pentland)와 야니프 알트슐러(Yaniv Altshuler)는 앤도르(Endor)를 탄생시켰으며, 코넬 대학 컴퓨터 과학 부교수 엘라이니 쉬(Elaine Shi)는 썬더 토큰(Thunder Token)을, MIT 컴퓨터공학 교수이자 튜링상 수상자인 실비오 미칼리(Silvio Micali)는 알고랜드(Algorand)를 탄생시켰다. 기존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개발진을 보고 실망했던 투자자들은 내놓으라 하는 논문을 들고 와서 돈을 내놓으라 하는 학자들에게 환호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기존의 프로젝트 개발진들은 단어 그대로 ‘개차반’이었다. 로펌에서 복사만 하던 인턴은 암호화폐 판에 들어와서 로펌 시니어 변호사로 위장해 CEO(최고경영자)직에 올랐으며, 원어민 영어 강사는 암호화폐 판에 들어와서 블록체인 개발 마스터로 위장하여 CTO(최고기술책임자)직에 올랐다. 허위와 거짓으로 점철된 팀원 정보에 질린 투자자는 관상을 보고 투자를 하는 암흑 시절이었다. 투자자들은 신분이 확실하고 지식이 보장되는 학자에게 무한신뢰를 보이며 너도나도 투자했다. 아, 정정한다. 투기했다. 한때, 하나같이 유망했던 상아탑 코인은 현재 다들 아는 바처럼 유명을 달리했다. 가장 투자 성적이 좋은 프로젝트가 다섯 토막이니 더 말해서 뭐 하냐 싶다. 상아탑 코인은 개미들의 무덤이 됐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상아탑 코인이 보여주는 패턴은 모두 같은 참고서를 읽고 진행했나 싶을 정도로 같았다. 기존에 몰두하던 과제로 논문을 등록한다. 자신들의 논문을 펼쳐보이며 명성을 과시한다. 그간 근본 없고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이 해결하지 못한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를 자신들이 해결하겠다며 등장한다. 수염을 쓸어내리며 ‘에헴’ 한다. 막대한 투자 자금을 유치한 이후엔 상아탑 코인에서 상아탑으로 돌아간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프로젝트의 가격에서 평온하고 초연한 자세를 보인다. “학자는 저잣거리의 장사치처럼 가격에 연연해서는 안 돼” “내 연구 개발만 성공적으로 진행해 나가면 세상이 인정해 줄 거야” 한 길 우물을 파는 학자들은 온데간데없고, 2월 졸업 시즌을 맞이하는 학생만 남는다. 프로젝트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홀연히 떠난다. 상아탑 코인도 그들의 손에서 떠났다. 비슷한 시기에 해당 코인의 가격 덤핑이 발생한다. 그들이 그간 이룬 학문적 성취에 대해서는 비난하거나 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간의 행보를 블록체인과 엮어서, 투자자의 돈으로 학문에만 정진하는 상아탑의 행태는 저잣거리의 소인배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학문에 열중하는 걸 장려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경찰이 깜짝 놀랄 말까지 동원해가면서 말이다. 다만, 공부는 너님들 돈으로 하자. 투자자의 돈 말고. 투자자가 80년대 동생들 학비 마련을 위해 코피 흘리면서 미싱 돌리던 형ㆍ누나는 아니잖은가.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포럼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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