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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는 벨이 발명했지만 돈은 JP모건이 벌었다

불연속적혁신, FANG

16∼19세기까지 명실공히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었다. 포르투갈을 정복하고 무적함대를 내세워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스페인, 스페인에서 망명한 기술자와 상인들을 통해 해상 무역을 장악한 네덜란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 등이 유럽 패권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의 중심축이 대서양 너머에 있는 미국으로 옮겨갔다. 유럽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동안,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국가의 기틀을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20세기 이후 미국의 발전사는 곧, 세계의 역사가 되었다. 미국이 어떻게 유일무이한 패권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는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20세기 그들의 역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국의 역사를 다 볼 필요도 없다. 19세기 미국의 금융 투자 역사만 살펴봐도 미국의 성장 패턴을 정확하게 도출해낼 수 있다.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 개발, 대규모 자본 투자, 그리고 신속한 제도화가 바로 그 패턴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불연속적인 혁신이다. 사실 혁신 기술은 대부분 연속적인 특성을 갖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며, 인간의 사고체계 역시 연속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연비를 개선하거나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연비 개선’과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자동차와 연결된 연속적인 혁신이 되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수면 아래에서 응축된 기술적 진보가 폭발하는 순간 인류는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을 마주하게 된다. 1900년대 초반 ‘마차’를 대신해서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불연속적인 혁신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단어 그대로 너무나도 불연속적이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 간에 온갖 종류의 찬반 양론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99%의 대중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순간에도 1%의 선구자들은 그 안에서 산업적 혁명의 씨앗을 목격한다. 그리고 자본을 투입하고 먼저 제도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거대한 시장이 창출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표준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부가 창출된다. 그렇다. 미국은 위와 같은 패턴을 1900~2000년을 관통하면서 지속적으로 성공시켜왔다. 18세기 음성을 전류로 바꿔 전달하는 기술이 탄생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이 기술을 활용해 전화기를 고안해내고 가장 먼저 특허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자본 없이 기술은 꽃 필 수 없는 법. 벨이 설립한 ‘벨 텔레폰 컴퍼니’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화기 특허권을 당시 통신 대기업인 웨스턴 유니언에 매각하려 했으나, 웨스턴 유니언은 기술의 부정확성을 이유로 벨의 제안을 거절한다. 바로 이때 존 피어폰트 모건이 등장한다. 그는 당시 여러 차례 개인 재산을 털어 미국을 국가 부도 위기에서 구해냈고, 이를 통해 국민적 영웅으로 발돋움한 인물이었다. 사업 수완이 남달랐던 모건은 벨의 회사에 투자한다. 나아가 벨의 경쟁회사들을 모조리 인수해버리고, 여기에 1899년 벨의 회사를 합병하면서 AT&T를 탄생시킨다. AT&T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24번째로 큰 회사이자, 통신 업계에서는 가장 큰 글로벌 기업이 됐다. 오늘날 혁신과 가장 가까운 회사들을 꼽으라면 모두가 FANG으로 불리는 인터넷 기업을 떠올릴 것이다. 마치 혁신이 인터넷이라는 불연속적인 기술이 생겨난 이후부터 존재한 것처럼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늘날 인터넷 기술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수많은 혁신 기술들이 피고 지며, 자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오늘날 혁신의 최전선에 인터넷 기업이 있을 뿐, 긴 역사를 보면 다양한 회사들이 혁신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곤 했다. AT&T 역시 그 중 하나다. 벨 연구소(Bell Labs)를 통해 1900년대 후반까지 혁신 기술 개발을 견인했다. 당시에는 기술 스타트업이 전무하던 시절이었고, 혁신 기술의 요람은 몇몇 깨어있는 대기업의 별동 조직이었다. 대표적으로 AT&T의 벨연구소, 록히드사의 스컹크웍스를 들 수 있겠다. 이들은 기꺼이 불확실한 가능성에 모험 자본을 투입했고, 그 결과 다양한 산업혁명의 불씨를 지폈다. 벨 연구소에서 탄생한 수많은 혁신 기술들 중에서 우리 삶을 바꿔놓은 것들만 나열하자면 트랜지스터, 물리적 광원장치(레이저), 광케이블, 통신용 위성,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유닉스, 그리고 C언어 등이 있다. 모두다 오늘날 혁신의 밑거름이 된 기술들이다. 특히 트랜지스터는 나중에 집적회로 개발의 촉매가 되었고, 페어차일드 및 인텔과 같은 반도체 회사를 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실리콘밸리가 형성됐고, ‘기술과 투자의 강국’ 미국이 탄생했다. 최근 AT&T가 암호화폐 결제 대행업체 비트페이와 함께 암호화폐 결제를 제공한다고 밝혀 화제다. 이는 단순히 통신 대기업 중 한 곳이 시험 삼아 블록체인 산업에 진출한다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한 세기 동안 미국의 혁신을 책임져온 회사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판단했다. JP모건이 금융회사 중에 가장 먼저 자체 코인(JPM코인)을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세기 미국 금융투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앞서 이야기한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 발굴, 모험 자본 투입, 제도화, 시장 형성 과정들이 반복된다. 이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의 표준을 장악한 미국은 100년 동안 세계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불확실한 기술에 기꺼이 모험 자본을 투입하고, 가장 진지하게 제도화를 준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또한, 필자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20세기 미국의 역사에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의 총성이 이제 막 울렸을 뿐이다. 한두 걸음 늦는다고 전체 레이스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중후반 가속력이다. 부디, 대한민국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촉발된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요성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새로운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날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이용재 <넥스트 머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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