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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암호화폐, 신뢰와 불신의 그 사이 어디쯤

타로핀, 코린이 개나리반, 암호화폐, 4차산업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같은 단어라도 억양과 강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암호화폐 분야가 그렇다. 대개는 4차 산업이라고 부르지만, 한 탕을 노리는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사짜’ 산업으로도, 초보 투자자들이 매수 하자마자 죽어나는 ‘사자(死者)’ 산업으로도 부른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4차 산업이라는 포장지를 씌우기에 한창이다. 그 포장 기술의 선두 두자는 중국과 일본이다. 일본은 ‘개정자금 결제법(改正資金決法)’을 통해서 암호화폐를 규제권의 울타리 안으로 데려와 안착시켰다. 중국은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많은 개발사와 채굴장을 내세우며 자리 잡았다. 최근 ‘시진빔’을 통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국뽕’에 취하고자 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나, 국내 사정은 영 좋지 않다. 메이저 암호화폐 거래량에서 법정화폐 원화(KRW)의 비중은 미약해졌다. 해외 개발사는 국내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블록체인 산업의 최근 경향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오해는 말자. 정부 정책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를 쓰고 ‘잡(雜)알트’에만 집중하고 헤딩하고 있는 ‘흑우’ 얘기다. 흑우 심정은 십분‘만’ 이해하겠다. 자판기와 신뢰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블록체인을 적용한 암호화폐로 개발했고, 이더리움은 닉 자보(Nick Szabo)가 제안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일본과 중국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통해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같은 가능성을 본 걸로 짐작된다. 일본과 중국에서 큰 차이를 볼 수 있는 것은 길거리 자판기다. 자판기는 철저하게 정해진 계약에 따라서 작동된다. 계약서를 작성한 주체에 대한 신뢰와 자판기가 설치된 동네에 대한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자판기의 보급과 확산이 가능하다. 자판기 구조와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아주 비슷하다. 자판기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캔커피 버튼을 누르면 캔커피가 데굴데굴 굴러 나와야 한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가로등마저 꺼지는 시각이더라도 누군가가 자판기 동전통을 털어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필요하다. 캔커피 대신 매실 음료가 ‘갑툭튀’ 하거나 매일 밤 동전통이 텅텅 비어 있다면 그 동네에는 있던 자판기마저 철거될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전혀 ‘스마트(smart)’ 하지 않고 ‘스튜핏(stupid)’한 자판기가 그렇다. 1만 원치 이더리움을 넣고 ‘유망’ 버튼을 눌렀지만, 1000원어치 ‘유의’ 토큰이 튀어나온다. 그마저도 하룻밤 자고 났더니 0원으로 가격이 수렴한다. 한때 대단히 부흥했지만, 현재 철저히 외면받는 자판기 신세다. 신뢰의 일본 시국이 어느 때인지 잘 알고 있다.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선 외침 후 할 말 하겠다. 일본은 사회 전반에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자판기의 천국이다. 구매자는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판매자는 자판기에 모인 돈이 진폐일 거라고 믿는다. 상호 간에 신뢰가 있어야만 자판기는 길거리에서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신뢰관계가 정부가 보기엔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현금은 사용자와 사용처를 특정하기 힘들며, 이동경로 추적도 여의치 않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독려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생(신용카드)은 글렀으니 다음 생(암호화폐)을 노려본다. 일본 정부는 비트코인을 규제권 안으로 받아들였다. 규제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지침을 지키면 거래소 라이선스를 발급해 준다. 허가받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 때 세금을 부과한다.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해 취할 것은 취하고 있다. 불신의 중국 중국은 의심이 기본이요, 불신은 옵션이다. 자판기에서 나온 캔커피 속에는 커피향 흙탕물이 들어 있을 것만 같고, 자판기에 넣은 돈은 동전 크기로 잘려 나온 고철일 거 같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믿지 못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보증을 서고 중계를 해줘야만 원활한 상거래가 가능하다. 신뢰할 대상은 위챗(WeChat)과 알리바바(Alibaba) 같은 거대 기업이며 중계에 사용되는 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다. 덕분에 길거리 노점에서도 위챗페이나 알리페이의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구매자는 주문과 다른 물건이 왔을 때 중계자를 통해 환불을 신청할 수 있고, 판매자는 중계자를 통해 위폐를 받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신을 바탕으로 발전한 금융산업은 암호화폐 기술과 궤를 같이했다. 문제는 이런 암호화폐의 발전이 정부가 보기엔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중계자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현재는 그들만 탈탈 털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화폐의 이동을 쉽고 편하게 추적할 수 있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화폐로 쓰이게 될수록 화폐에 대한 추적은 어려워진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해외 언론을 통해 접하는 기사를 보며 모든 걸 정부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이나 중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은 정부의 정책보다는 그간 형성된 인식과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예를 들어, 신속하고 긴급하게 화폐개혁을 성공리에 끝낸 인도에선 암호화폐로 환전할 검은 루피(INR)가 없기에 암호화폐의 거래량이 적다는 분석이 있다. 인구가 130만 명에 불과해 소수를 위한 서버 전산망 구축보다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비용도 저렴하고 보급이 더 쉬웠던 에스토니아의 사례도 있다. 사대주의나 국수주의, 하다 못해 국뽕일지라도, 결과만 보고 결론 내지는 말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왜 그렇게 진행이 됐는지 등에 대한 저간의 사정에 대해서도 관심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포럼 운영자 ※외부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합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조인디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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