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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업비트 '가두리 펌핑’을 보고 루보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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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11월 27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해킹을 당했습니다. 아직 정확히 해킹인지, 내부자 소행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업비트 지갑에서 업비트도 모르게 약 58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이 빠져나갔다는 거죠. 당연히 시장에 쇼크가 올 거라 걱정했는데 웬걸, ‘불장’이 펼쳐졌습니다. 보안 시스템 점검을 위해 약 2주간 암호화폐 입출금을 막는다고 하자, 이른바 ‘가두리 펌핑’이 벌어졌습니다. 가두리 펌핑, 24시간 만에 3배가 됐다 디마켓(DMT)이라는 코인은 27일 오후 6시 117원이던 가격이 28일 오후 6시 348원을 기록했습니다. 딱 하루 새 거의 3배가 됐습니다. 이날 오후 5시 10분 경 기록한 고점(430원)으로 따지면 상승률이 268%에 이릅니다. 28일 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도 안 돼 디센트럴랜드(MANA)는 277%, 가스(GAS)는 258%, 썬더토큰(TT)은 126%, 트웰브쉽스는 124% 급등했습니다. 가격이 너무 오르자 이날 오후 7시 10분 경 이들 5개 종목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유의종목 지정 이후엔 모두 상승폭을 상당 부분 줄였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디센트럴랜드 물렸던 분들 축하 드립니다. 가격 상승률 계산을 위해 그래프를 보다 보니 디센트럴랜드가 업비트 원화 마켓에 상장한 날이 3월 28일입니다. 그날 고점이 96.5원. 28일 딱 그 고점까지 올랐습니다. 이론적으로 상장일 당시 고점에 물리신 분도 수익은 못 냈지만 손해는 안 보고 탈출할 기회가 있었다는 겁니다. 혹시, 새로 물린 분이 있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말이 좋아 가두리 펌핑이지 주식 시장으로 치면 주가 조작입니다. 걸리면 철컹 철컹 신세져야 하죠. 인위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부당한 차익을 올리는 방법이니까요. 그래도 코인 시장이 공평(?)하다면 주가 조작에 따른 일방적 피해자는 이 판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거래소와의 가격 차이가 뻔히 벌어지는 것을 보고도 ‘내가 산 값보다 비싸게만 팔면 된다’는 자세로 그 판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혹여나 내부자 정보로 언제 지갑이 닫힐지, 그리고 열릴지를 미리 아는 것 정도를 빼면 그나마 소위 ‘세력’과의 정보 격차도 주식 시장보다는 코인 시장이 적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조작은 조작입니다. 1100원짜리 주식이 5만원까지 갔다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 벌어지는 가두리 펌핑을 계기로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던 역대 최대의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주식판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갔던 분은 바로 그 이름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예, ‘루보’ 맞습니다. 아래 그래프가 루보라는 회사의 주가 차트입니다. ‘실화’ 맞습니다. 그러니 역대급 주가조작 사건인 거죠. 2006년 3분기 기준으로 당시 루보의 분기 매출은 54억 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억 원이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오일리스(oilless) 베어링’이라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는 군요. 이게 원래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건데 나름 국산화에 성공해서 견실하게 성장했다고 합니다. 2001년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코스피 시장은 상장 요건이 까다로워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상대적으로 상장문이 넓은 코스닥 시장에는 루보 같은 회사가 많이 상장됐습니다. 딱히 별것 없는 그저 그런 회사였습니다. 시장의 집중 조명을 받은 건 2006년 말입니다. 2006년 10월 1100원대에 불과하던 주식이 반년 만인 이듬해 4월엔 5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2007년 4월 16일 기록한 루보의 사상 최고가는 5만1400원 입니다. 그 이후엔 짐작하셨겠지만 수직 낙하, 부침을 거듭하다 결국 2018년 상장 폐지됐습니다. 다단계 조직 낀 1500억원대 주가 조작 2007년 검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사건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2006년 10월 다단계 사기로 유명한 제이유 그룹의 김모 부회장 등 3명이 루보를 대상으로 작전을 모의합니다. 처음에는 계좌 79개와 30억여 원을 가지고 시세 조종을 시작합니다. 1100원 대 주식이 두 달 사이 2000원 대로 오릅니다. 특이한 점은 상한가는 그 기간 동안 2번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매일 2~5%씩 조금씩 올랐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갑자기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고, 심한 경우엔 거래가 정지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찔끔찔끔 오르니깐 정량적 감시 시스템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가가 이렇게 매일 조금씩 오르니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청합니다. 주가가 왜 오르는지 이유를 대라는 거죠. 대부분의 주가조작 종목이 그렇습니다만, 루보 역시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 없음”이라고 답합니다. 김씨 등은 마련한 자금이 부족해지자 그해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단계 사업체를 동원합니다. 전 제이유 그룹 사업자대표 정모씨와 강모씨 등의 도움을 받아 제이유 사업자들을 상대로 투자 설명회를 열고 1100억 원의 자금을 모읍니다. 자신의 계좌를 보여주며 “여러분도 저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꼬이는 거죠.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설명회에서 회원들에게 “기업 인수ㆍ합병으로 주가를 올려 손해를 회복시켜 주고 월 5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권유했습니다. 회원들의 투자금이 바닥난 경우에는 심지어 저축은행에서 341억 원을 주식담보대출로 받게 한 뒤 이 돈을 다시 주가 조작에 이용했다고 합니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게만 팔면 된다” 다단계 조직을 뜯어보면 약간 광신도 사이비 종교 집단을 닮아있습니다. 앞에서 말하는 걸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져보기 전에 일단 믿고 봅니다. 제이유 회원들 역시 이들을 믿고 자기 돈을 투자합니다. 주가 조작의 종자돈으로 제공하는 줄도 모르고요. 루보 주식을 산 제이유 회원들은 심지어 자기 주식 계좌임에도 불구하고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받지 못했습니다. 자기 계좌에 대한 매매 권한을 이들 주모자와 공모한 트레이더들에게 맡겨버렸습니다. 곧, 너무 많이 올랐다 싶어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시장에 사는 사람만 있고 파는 사람이 없으니 주가가 오르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입니다. 2007년 2월이 되자 루보 주가는 1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주가가 오르고 있으니 개인 투자자들까지 루보에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주가 차트만 봐도 뭔가 세력이 붙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이런 주식을 사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경은 가두리 펌핑에 들어가는 ‘코인충’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가 조작이건 스캠이건,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팔고 나오면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죠. 개인 투자자들까지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는 2만 원을 향해 갑니다. 세력이 물량을 정리하기 시작하다 3월부터는 슬슬 조짐이 안 좋습니다. 세력이 보기에도 너무 올랐습니다. 이만하면 된 거죠. 작전 세력은 빠질 타이밍을 재고 있었습니다. 제이유 회원 계좌를 동원해서 산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합니다. 한꺼번에 내놓으면 주가가 폭락합니다. 상하한가 제도도 있기 때문에 매물을 폭탄 투하해 쏟아내면 하한가로 직행합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긴가 보다 하고 물정 모르는 개미들도 같이 물량을 내놓죠. 내가 팔고 도망갈 기회가 없습니다. 적당히 조금씩 팔아치웁니다. 개미들이 매물을 받아줄 정도만요. 세력이 물량을 팔기 시작하는데도 주가는 천정부지로 계속 오릅니다. 그런데 캔들 차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매물이 나오면서 아래로 길게 꼬리가 생깁니다. 이 물량을 개인들이 받아주니 결국 종가는 전날보다 오르는 상황이 연출되는 거죠. 아마 루보 주식을 산 개인들은 어제도 오늘도 올랐으니 내일도 오를 거라 굳게 믿었을 겁니다. 주가 조작 세력의 영악한 물량 정리와 개인들의 탐욕의 합작품이 2007년 4월 16일 기록한 5만1400원이라는 주가입니다. 무려 시가총액이 5000억 원을 돌파하는, 코스닥 시총 20위 안에 드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탈바꿈합니다. 루보가 뭐 하는 회산데 아무것도 없는 회사가 반년 만에 40배 오르는 걸 보고 검찰이 수사에 나섭니다. 검찰의 수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칩니다. 11일 연속 하한가를 맞는 등 급락한 탓에 한 달 만에 주가는 10분의 1토막이 납니다. 증권사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루보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팔지도 못하고 투자금의 몇 배를 증권사에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됩니다. 당시 루보 때문에 한강 갔다는 투자자들 얘기가 투자 게시판에 돌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현실 감각이 돌아온 개인 투자자들이 루보라는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기세 좋게 오르던 그래프로 판단한, 전도 유망한 회사의 외양이 아니었습니다. 시골의 그런 저런 공장에 불과했습니다. 그해 7월 검찰은 김씨 등 11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이들은 2006년 10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약 800여 개의 차명계좌와 1600억 원의 자금을 동원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입니다. 결국, 주범 김씨는 징역 6년형을 대법원에서 선고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루보의 운명은 그리 편치 못했습니다. 2015년 ‘기업사냥꾼’ 최규선 씨가 인수해 썬코어로 이름을 바꾸고 또 한 번의 주가 조작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최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썬코어(루보)는 2018년 상장폐지됩니다. Rani’s note 세력은 흑우보다 빠르다 가두리 펌핑의 운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언제 올랐다가 언제 떨어질지 모릅니다. 10배를 먹겠다면 10분의 1토막도 각오해야 합니다. 머리로는 잘 알지만 ‘빨갛게 빨갛게’ 물든 업비트 시세판을 보고 있자면 이런 ‘물반 고기반’ 판에서 못 먹고 있는 내가 진짜 호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8일 오후 11시에는 1120원이던 리스크(LSK)는 10분도 안 돼 3950원까지 급등합니다. 아, 10분 새 가격이 3배가 될 수 있는 놀라운 코인 시장입니다. 천하제일 단타대회가 펼쳐지는 판에서 하루 만에 10배 수익 올리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싶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펌핑의 말로는 좋지 않습니다. 리스크 역시 29일 오전 0시 21분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이 됩니다. 그나마 이성이 돌아온 건지 가격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2000원 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운 나쁘게 고점을 잡았다면 투자금이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펌핑의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갔던 디마켓 역시 28일 오후 5시 10분경에는 430원까지 올랐지만 29일 오전 9시에는 262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세력은 흑우보다 빠릅니다. 리스크 폭등을 보면 세력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고서야 나올 수 없는 그래프입니다. 그래도 빨갛게 물든 시세판에 들뜨는 내 마음을 어쩔 수 없다면 차라리 그간 펌핑에서 소외된, 시가총액이 그다지 크지 않고, 업비트 보유 물량도 적당한 코인을 골라 길목을 노리는 걸 추천드립니다. 물론, 매수와 동시에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적당한 가격에 매도 주문을 내시고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정히 동하는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수 없다면 그러라는 얘기입니다. 차리리, 업비트 앱을 2주간 열지 않거나 지우는 걸 추천드립니다. 어쨌든 천하제일 단타대회에서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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